정부가 발표한 '4대강 사업에 편입되는 경작지 면적'이 실제보다 축소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지금껏 4대강 사업에 편입돼 사라지는 경작지 면적이 채솟값 폭등을 부를 만큼 넓지 않다는 논리를 펴왔다.
하지만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경남 밀양 지역을 중심으로
정부가 밝힌 4대강 편입 경작지 면적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대단위 경작지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29일 보상 면적을 기준으로 삼아 4대강 사업 편입 경작지 면적이 6734㏊(헥타르, 1㏊=1만㎡)라고 발표했다.
보상이 마무리 단계이기 때문에, 4대강 사업 편입 경작지 면적은 앞으로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게
국토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7월 발표한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서
보상 대상 '4대강 하천구역내 경작지'는 모두 1만7750㏊라고 발표했다.
불과 1년 3개월 만에 보상 기준 4대강 사업 편입 경작지 면적이 약 1/3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6일 찾은 경남 밀양 지역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몇 십 년 일궜던 채소밭, 보상 못 받고 빼앗겼다"
"'억울해서 우짜노'라는 소리를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여러 번 했습니다.
정부가 농민에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밀양시 하천 경작자생계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사무실에서 만난 농민 강현수(가명·54)씨는
기자가 4대강 사업에 대해 언급하자 고개를 흔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그에게 묻자,
"4대강 사업에 내 밭이 편입됐는데, 보상금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 구치소에서 두 달 보냈다"며
"이처럼 억울한 일이 어디 있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강씨는 밀양 상남면 외산리와 하남읍 명례리 일대의 낙동강 유역 둔치에 약 12㏊의 밭을 30년 동안 일궜다.
그의 아버지까지 포함하면 이곳에서 50년 넘게 농사를 지었다.
강씨는 이곳에서 비닐하우스를 세우고 무, 배추, 감자, 배추, 상추 등을 길러 팔았다. 연 1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그의 땅은 하천 유역이라 사유지로 인정받지 못해, 밀양시와 국유재산 대부계약을 맺어 대부료(이용료)를 내고 농사를 지었다.
이용료는 1㏊ 당 연 20만 원 수준. 밀양시는 2004년부터 갑자기 농민들과 대부계약을 맺지 않았다.
강씨는 "이상조 당시 밀양시장이 농민들의 편의를 위해서 이용료를 받지 않기 위해 대부계약을 체결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2009년 12월 시작된 낙동강 유역 내 4대강 사업으로, 그의 인생은 뒤틀렸다.
강씨가 30년 이상 일궜던 밭 대부분이 4대강 사업에 편입됐지만,
대부계약을 맺지 않았기 때문에 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통보받은 것이다.
또한 같은 해 6월 지은 비닐하우스가 검찰로부터 더 많은 보상을 받을 목적으로 세운 것이라며 고발 당해
올해 3월부터 두 달동안 밀양 구치소에서 지냈다.
강씨는 4대강 사업으로 하루 아침에 보상도 못 받은 채 땅을 뺏기고 전과자 신세가 됐다.
또한 주변 논밭의 3.3㎡당 임대 사용료가 1000원에서 3500원 가량으로 3~4배 올라 다시 농사를 짓기도 어렵다.
농부가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 그는 "4대강인지 5대강인지, 누굴 위한 국책사업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보상 대상 아니면 4대강 편입면적에 포함 안 돼... 밀양선 1/7로 축소"
"강씨처럼 4대강 편입 경작지에 대해 보상을 못 받고 논밭을 뺏긴 사람이 밀양에서만 1000여 명에 이르고
그 면적만 수백만 평(수백㏊, 3000평≒1㏊)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하원오 대책위원장의 설명이다.
실제 밀양 지역에서 진행 중인 4대강 사업(낙동강 살리기 12~16공구)으로 인해,
현재 제방을 기준으로 강 쪽으로 최소 수백 미터에 이르는 둔치가 대부분 파헤쳐진 상태다.
둔치에 난 길을 따라 차로 20분 가량 달렸는데도 파헤쳐진 둔치가 계속 나올 정도로 방대한 면적이었다.
수십 대의 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낙동강 둔치에서 퍼낸 모래와 자갈을 끊임없이 제방 안 쪽 농경지 리모델링 공사 지역으로 옮겼다.
무단경작 금지 안내문만이 이 곳이 한때 경작지였다는 사실을 알려줄 뿐이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수확기가 되면 전국에서 온 수백 대의 5톤 트럭이 줄을 잇는 채소밭이었다는 사실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대책위원회가 밀양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받은 '하천점용현황'에 따르면,
낙동강 둔치 내 대부계약을 맺은 경작지는 473㏊(2001년 기준)에 달했다.
하지만 밀양시에서 2004년부터 대부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면서, 2㏊ 가량을 제외하고 나머지 471㏊는 합법 경작지로 인정받지 못했다.
국토부가 4대강 편입 경작지 면적을 추정하면서 그 기준을 보상면적으로 했기 때문에,
보상 대상이 아닌 471㏊는 통계에서 사라졌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에 따르면, 밀양지역 보상면적 기준 4대강 사업 편입 경작지(추정치)는 80㏊에 불과했다.
이 관계자는 "밀양지역 낙동강 둔치 경작지는 대부분 불법이라,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위 자료들을 취합하면 밀양지역 낙동강 둔치 내 실제 경작지 면적은 모두 551(471+80)㏊에 이르고,
국토부가 밝힌 4대강 사업 편입 경작지 면적(80㏊)은 실제 경작지의 1/7 수준으로 축소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하원호 대책위원장은
"4대강 사업과 채솟값 폭등의 연관성을 없애기 위해 정부가 경작지 면적을 최대한 축소하는 방법을 쓰고 있는 것 같다"며
"그 과정에서 생계 대책을 세우지 않고, 농민들의 땅을 보상도 안 해주고 뺏고 있다, 4대강 사업은 '미친 짓'"이라고 강조했다.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는
"둔치의 모래와 자갈을 쏟아 부어 농지로서의 생산력이 떨어진 리모델링 사업지구 등을 포함할 경우,
4대강 사업 편입 경작지 면적 축소 규모는 더욱 클 것"이라며 "경북 고령 등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곳에서 만난 농민들은 경작지 면적 축소는 채솟값 상승에 적지 않는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한 농민은 "낙동강 유역은 물이 많고, 배수가 잘돼 채소를 기르기엔 최적의 장소다,
이렇게 넓은 지역이 사라지니 채솟값이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며 "수도권, 강원도 지역 작황이 좋지 않더라도,
4대강 유역 채소밭이 남아있었으면 수급을 안정시키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4대강 추진본부 "실제 4대강 편입면적과 다를 수 있다" 인정
한편, 국토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는 "최근 발표한 4대강 사업 편입 경작지 면적은 보상면적 기준이기 때문에,
실제 경작지 면적과는 다를 수 있다"고 인정했다.
추진본부 사업지원1팀 관계자는
"국토부는 보상이 되는 지역에만 관심을 가지고 행정조사를 하기 때문에
보상 면적으로만 4대강 사업 편입 경작지 면적이 얼마인지 파악하고 있다"면서
"일부 보상이 되지 않는 불법 경작지가 있기 때문에, 보상 면적과 실제 4대강 편입 경작지 면적에는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국토부가 내놓은 4대강 사업 편입 보상면적과 지난해 7월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 제시된 면적에
큰 차이가 있는 점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마스터플랜은 아웃라인만 잡은 것으로, 도면만 보고 보상 면적을 조사한 것"이라며
"실제로 보상을 해주면서 따져보니 최근 발표한 면적으로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부, 4대강 사업 편입 경작지 면적 축소했다" [인터뷰]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
"정부가 4대강 사업에 편입된 경작지 면적을 축소했다."
장상환(59)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는 6일 오후 경남 진주시 가좌동 경상대에서 <오마이뉴스>와 나눈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29일 4대강 편입 경작지 면적이 6734㏊로, 이는 전체 경작지 면적(175만8795㏊)의 0.38%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장 교수가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 등 정부 자료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4대강 편입 경작지 면적은 2만7532㏊로, 전체 면적의 1.56%에 달했다.
지난해 7월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서 밝힌 4대강 유역 경작지 보상 면적은 1만7750㏊. 여기에 강바닥에서 파낸 모래와 자갈을 쌓아두는 경작지(9324㏊)와 보 설치로 지하 수위가 상승해 침수되는 경작지(458㏊)를 모두 포함하면 모두 2만7532ha의 경작지가 4대강 사업에 편입된다는 게 장 교수의 설명이다.
장 교수는 "정부는 이런 수치는 모두 뺀 채, 보상면적을 기준으로 6734㏊만 4대강 사업에 편입된다고 주장한다"며 "항공사진으로 정교하게 분석하지 않는다면, 면적은 정부의 행정조사 기준에 따라 정부에 유리하게 수치가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또한 4대강 편입 채소밭 면적도 정부가 축소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4대강 유역 둔치 채소밭 면적은 3662㏊로, 전체 채소 재배면적(26만2995㏊)의 1.4% 수준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전체 4대강 편입 면적(6734㏊) 중 채소밭 면적(3662㏊)은 54%다. 이를 근거로,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 상의 보상면적(1만7750㏊)을 기준으로 채소밭 면적(54%)을 계산하면 9585㏊다. 여기에 농경지 리모델링 대상면적(9324㏊) 중 1000㏊ 정도가 채소밭임을 감안하면, 전체 채소밭의 4%에 이르는 1만585㏊의 채소밭이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지게 된다는 게 장 교수의 분석이다.
장 교수는 "조사한 결과는 모두 정부의 자료를 두고 분석한 만큼, 정부가 주장한 수치와 내가 분석한 수치의 차이에 대해 정부는 설명해야 한다"며 "그 차이는 미등록 경작지인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가 다른 설명을 할 수 없다면 정부가 4대강 편입 경작지 면적을 축소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채소는 생산량이 10% 줄면 가격이 20~30% 오르는 품목"이라며 "4대강 사업으로 많은 경작지가 사라지고, 만약 없어진 면적이 다시 생기더라도 4대강 유역 둔치처럼 생산력이 좋은 채소밭은 대체하기 어렵다"며 "장기적인 가격 인상 요인이 있기 때문에, 4대강 사업 종료 뒤 채솟값이 10~20%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정부는 채솟값 폭등의 책임을 다른 곳에 돌리지 말고, 흉년이 들더라도 가격이 급등하지 않도록 채소재배면적을 여유 있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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