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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의 화순적벽을 찾아서-소동파 적벽보다 이 땅의 붉은 절벽이 더 몸서리치는 아름다움

by 서랑 (瑞郞) 2013. 11. 14.

 

 

↑ 조선 10경으로 불릴 정도로 화순적벽은 장엄하게 파노라마처럼 둘러 처진 모습은 가히 경건함을 불러 일으켜 주는데 손색이 없다. 현재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는 이서적벽(사진 뒤)과 보산적벽(사진 앞)의 가을 풍경이 아름답다.

 

 

↑ 동복호의 가을

 

 

↑ 망향정과 이서적벽

 

 

↑ 화순적벽가는길에 만난 시골농가의 가을

 

 

↑ 옹성산 아래 자리잡은 적벽과 동복호

 

 

↑ 화순 운주사 천불천탑

 

 

↑ 고인돌유적지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전라남도 한 가운데 쯤에 화순(和順)이 있다. 사실 익숙지 않은 여행지다.

동쪽에는 아름다운 순천만이 흐르고 남쪽으로 녹차밭으로 유명한 보성, 북쪽으로는 소쇄원의 담양이 버티고 있다.

정작 화순에는 단박에 떠올릴 만한 여행지는 없다. 허나 발을 살짝 내디뎌 보면 언급한 지역보다 뒤질게 없다.

천불천탑 운주사를 비롯해 동복호의 푸른 물과 어우러진 화순 적벽,

작은 저수지의 산벚꽃이 화려한 세량제, 쌍봉사의 철감선사 부도와 탑비 등 숨돌릴 틈도 없이 새로운 풍경을 불쑥불쑥 만날 수 있다.

이 중 만추의 늦가을 발길을 사로잡는 곳이 있다. 바로 적벽(赤壁)이다.

옹성산(해발 572.8m) 자락을 둘러친 절벽이다.

화순군 이서면 장학리와 보산리, 창랑리 일대를 아우르는 붉은 절벽은 동복천 상류 창랑천을 따라 7㎞에 걸쳐 있다.

노루목적벽, 보산적벽, 창랑적벽, 물염적벽 등 4개의 적벽이 한 몸인 셈이다.

'적벽'이란 명칭은 1519년 기묘사화 후 동복(현재 화순의 일부)에 유배 중이던 신재 최산두 선생이

소동파가 노래한 중국 양쯔(揚子)강의 적벽에 버금간다 해서 붙여진 이름.

석천 임억령은 '적벽동천(赤壁洞天)'이라 했고 하서 김인후가 1500년대 적벽시를 지은 뒤 더욱 유명해졌다.

이후 수많은 풍류 시인묵객들이 적벽에 들러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방랑시인 김삿갓의 방랑벽을 멈추게 한 곳도 이 곳이다.

소동파가 적벽부를 지은 때가 1080년대쯤 되니 김삿갓은 그로부터 약 780년 뒤에 화순 적벽의 아름다움에 반해 괴나리봇짐 풀고 앉아 짧은 시를 한 수 남긴다.

"무등산이 높다더니 소나무 가지 아래에 있고/적벽강이 깊다더니 모래 위를 흐르는 구나…."

이때만 해도 김삿갓은 이곳에 뼈를 묻을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

정처없이 떠돌던 김삿갓은 다시 화순을 찾아 13년간 머문 뒤 동복면 구암에서 생을 마친다.

화순 적벽에는 가슴 아픈 사연도 여럿 있다. 조선 중종 때 유학자이자 개혁 정치가였던 조광조(1482~1519)는

화순에서 사약을 받기 전에 25일 동안 배를 타고 다니며 적벽의 절경을 감상하면서 한을 달랬다고 한다.

화순엔 아직도 그가 사약을 받은 유적지가 남아 있다.

이뿐이 아니다. 근대에 들어서는 갈래야 갈 수 없는 수몰 실향민들의 사연이 서려있다.

1970~80년대 동복댐이 건설되면서 최고 높이 100m에 이르던 절벽이 절반 이상 수몰됐다.

4개의 적벽 중에서도 가장 비경이 뛰어난 노루목적벽과 보산적벽은 아예 출입이 차단되었다.

이유는 이렇다. 동복댐이 가둔 물은 광주시민들이 마시는 물이다. 그래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꽁꽁 묶여 버렸다.

들어가 보려면 광주시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절차가 까다로워 정작 화순군민들은 제 땅인데도 가볼 생각을 않고 산단다.

그렇게 40여년의 세월을 보냈다. 하지만 일 년에 딱 하루, 음력 시월 초하루 무렵에 문이 열린다.

주민들은 이날 고향 마을 기슭인 적벽 아래 모여 잔치를 열며 망향의 그리움을 달랜다.

최근 좋은 소식이 간간히 들려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광주시와 화순군, 이서면 번영회 등이 협의 중이란다.

일주일에 한두 차례 한정된 인원에 한해 제한적으로 탐방을 허용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어쩌면 가까운 시일 내에 조금은 자유롭게 가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부 인용/ 원글보기]

   http://media.daum.net/life/outdoor/special/newsview?newsId=20131113110116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