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도 근거도 없는 거부권행사…재의절차 밟아 정부견제권 행사해야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했다. 위헌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행정업무가 마비된다는 것이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이 이렇게 중대한 것이었나 의문이 든다.
이렇게 중대한 것인데도 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논의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면 국회의 책임이 크다.
절차상으로도 큰 문제이다.원래 국회법 98조 2항은 다음과 같다.
상임위원회는 위원회 또는 상설소위원회를 정기적으로 개회하여 그 소관중앙행정기관이 제출한
대통령령·총리령 및 부령(이하 이 조에서 "대통령령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법률에의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하여 당해 대통령령 등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소관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그 내용을 통보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통보받은 내용에 대한 처리 계획과 그 결과를 지체 없이 소관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개정안은 다음과 같다.
상임위원회는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제출한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수정·변경 요청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내용은 사실상 동일한데 그 표현에서 약간 차이가 있다. 국회 상임위원회의 ‘통보’가 ‘요청’으로 바뀐 것이다.
통보이든 요구이든 요청이든 표현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국회의 통보 혹은 요청에 대한 중앙행정기관장의 처리결과 보고의무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무엇을 문제삼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시행령은 법률시행 위한 도구…잘못된 시행령 수정,변경 요청은 당연
국민의 의사는 국회를 통하여 법률로 표현된다. 법률제정권은 국회에게만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원칙이다.
과거 일본의 천황제처럼 왕정국가에서는 왕에게 법률제정권이 있었다. 행정부에 법률제정권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공화제, 민주제 국가에서는 국회만이 법률제정권을 갖는다. 법률은 곧 국민의 의사이므로 국민의 의사는 국회를 통해 표현될 뿐이다.
우리의 법률이 과연 국민의 의사를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현실의 문제는 전혀 다른 문제이지만 말이다.
시행령은 문자 그대로 국민의 의사인 법률을 시행하기 위한 것이다. 시행령을 집행명령과 위임명령으로 나누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법률의 집행을 위하여 필요한 절차를 정하는 집행명령과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위임한 내용을 정한 위임명령이 그것이다.
이런 이유로 시행령이 법률의 취지나 내용에 맞지 않게 제정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만일 법률의 취지나 내용에 맞지 않는 시행령이 제정된다면 이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그 방법으로는 사전에 통제하는 방법과 사후에 통제하는 방법이 있다.
시행령 제정 이후에 시행령을 통제하는 방식이 법원에 의한 위헌, 위법심사이다.
여러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고전적이고 보편적인 방법이다. 그렇다고 사전 통제 방식이 필요없는 것은 아니다.
사전 통제 방식으로 대표적인 것이 국회에 의한 통제이다.
국회법의 내용처럼 국회가 잘못된 시행령을 지적하고 그 수정, 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시행령이 법률의 범위 내에서 법률의 취지대로 제정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비추어 보면 국회의 수정변경 요청권은 논리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법률위반 시행령 고쳐 행정부 견제,감시하는 것은 국회 고유 의무
이러한 사전적 통제방식은 다른 형식으로도 존재한다.
대통령령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도록 하고 있는 것도 사전적 통제방식의 하나이다.
국무회의 의결 과정에서 다른 행정기관의 의견도 반영되고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 시행령 통제 장치는 여러 군데에서 발견할 수 있다. 원래 국회의 역할 중의 하나가 행정부의 견제와 감시이기 때문이다.
국회는 국정감사권과 국무위원 출석요구 및 질의권을 가지고 있다.
국회는 국정감사 때나 국무위원에 대한 질의 과정에서 시행령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법률에 위반되는 시행령, 법률의 취지를 왜곡하는 시행령은 가능한 한 빨리 수정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임무를 사법부가 시행령 제정 이후 구체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담당하는 것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
국회가 시행령 제정 과정, 제정 이후의 전과정에서 구체적인 사건 발생 전에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의무이다.
대통령 거부 땐 국회의원 3/2의 의지가 최종적 국민 의사
문제는 박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국회의 대응이다.
비록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국회의 지위와 권한을 무시하는 발상이기는 하지만 거부권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상 이를 처리해야 한다.
국회의 대응은 더 할 나위 없이 간단명료하다. 헌법의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다. 헌법은 이런 경우 재의절차를 두고 있다.
대통령의 재의의 요구가 있으면 국회는 재의에 붙이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면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의사는 대통령의 재의요구를 거부하고 법률안을 법률로 확정하는 최종적인 국민의 의사이다.
이점에서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우위를 확인할 수 있다.
헌법에서 대통령 보다 국회를 먼저 규정하고 있는 것도 국회의 우위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법률안 재의 포기한 새누리당 의원들, 국민 대표하는 국회의원 맞나?
그런데 여당인 새누리당은 이러한 헌법의 절차를 우회하여 아예 재의절차를 밟지 않고 법률안을 폐기하려고 한다. 실망스럽다.
새누리당의 태도는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재의절차를 무시한다는 점에서 반헌법적인 태도이다.
그리고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우위도 알아서 포기하고 있다. 이 역시 헌법의 정신과 일치하지 않는다.
만일 국회의원 개인의 소신이 대통령의 일갈에 바뀌었다면 더욱 실망스럽다. 국회의원은 모두 국가기관이요 국민의 대표가 아닌가.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재석 244석, 찬성 211명, 반대 11명, 기권 22명으로 가결되었다. 결코 가벼운 무게가 아니다.
국회법 개정안은 재의절차를 밟아야 한다. 국회의 법률제정 권한,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권한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도 재의절차를
밟아야 한다. 국회법 재의결을 통해 헌법의 정신이 제대로 구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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