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정권, 공약 또 뒤집고 검찰개혁 포기..‘정치검찰’ 더 강화될 것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부활한다. 연말연시 모두가 바쁜 때에 느닷없이 닥친 소식이다.
12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서울고등검찰청 건물에 전국 단위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수사 TF를 설치한다고 한다.
이 기구는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대검찰청 반부패부와 협의하여 대형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상설 부서인지 아닌지의 차이는 있지만 핵심적으로 검찰총장 직속의 대형사건 전담 수사팀이라는 점에서 대검 중수부와 같다.
보도가 이 정도로 구체적이면 정부 내에서 충분히 검토된 것으로 넉넉히 추정된다.
대검찰청을 넘어 청와대까지 검토되었고 사실상 최종 발표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공약으로 폐지했다 뒤집어…검찰 정권도구 노릇 강화될 것
이렇게 2013년 4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폐지된 대검 중수부가 불과 2년 8개월 만에 박근혜 대통령 임기 동안 부활하고 있다.
정권에 따라 여러 기구가 흥망을 거듭하는 것은 많이 보았다.
하지만 대통령 공약으로 폐지된 기구가 같은 대통령의 허가 아래 부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약을 뒤집는 것은 한입으로 두말하는 것이어서 상식적인 사람은 잘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현 정부와 대통령은 아무 거리낌이 없다.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대검 중수부가 폐지된 것도 이유가 있다.
정권이 검찰을 장악하는 통로이며, 검찰이 정치화되는 도구였기 때문이다.
소수의 검사가 검찰총장의 지시로 수사를 하는 구조는 정치적 중립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결정이 검찰총장에게 집중되고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이나 청와대로부터 직접 지휘를 받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이 검찰을 이용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그리고 검찰 간부들이 정치화 경향을 띠는 순간,
대검 중수부는 시민을 위한 공권력이 아니라 권력을 위한 사적 도구가 된다.
대검 중수부가 자랑하고 싶어 하는 이미지- 거악을 척결하는 조직이라는 이미지는 정치적 중립이 보장될 때에만 얻을 수 있다.
정치적 중립이 보장되어야만 권력과 연결되어 있는 거악, 권력형 부정부패를 뿌리 뽑을 수 있다.
대검 중수부, 무죄율 27%의 무능조직에 정치편향·인권침해 심각
지금까지 대검 중수부는 수많은 정경유착 사건을 수사했다. 하지만 대부분 정경유착의 고리나 다른 의문점을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했다.
그리고 몸통은 처벌하지 못하고 깃털만 처벌하는 문제점을 보였다.
대검 중수부가 이렇게 초라한 성적을 보이는 이유는 정치적으로 편향되었기 때문이다.
정치적 편향성이 사건의 공정한 처리를 막았기 때문이다.
수많은 부정부패, 권력형 비리사건을 수사하고 처벌했음에도 이들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것은 바로 국가공권력의 정치적 편향 때문이다.
대검 중수부가 거악을 가장 효과적으로 수사하는 곳이라면 수사 성적도 좋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희망보다 항상 못한 법이다.
2008년 대검 중수부가 기소한 사건의 무죄율은 27.3%였다. 2008년 전체 형사사건의 무죄율은 0.31%였다. 약 90배다.
이 통계는 대검 중수부의 수사가 얼마나 엉터리로 정치적으로 편향되게 진행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대검 중수부는 거악을 척결하는데 결코 적절한 조직이 아니다.
대검 중수부의 문제는 고 노무현 대통령 수사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대검 중수부는 피의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범죄를 저질렀고 문어발식 수사, 흠집내기 수사, 표적 수사 등을 자행했다.
시민의 인권은 침해되었으나 중대 수사라는 이유로 정당화되었다. 인권친화적인 수사가 발붙일 수 없었다.
이런 수사방식은 다른 검사, 경찰에게도 전파된다. 가장 수사를 잘하는 조직이 대검 중수부라고 믿기 때문이다.
가장 수사를 잘한다는 대검 중수부가 인권친화적인 수사를 하지 않는데 어찌 다른 검사, 경찰의 인권친화적인 수사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유일한 ‘박근혜표 검찰개혁’ 침몰…폐지 번복할 이유 설명도 없어
지난 대통령 선거는 검찰개혁을 대통령 공약으로 제시한 첫 대통령 선거였다.
그것도 여야 대통령 후보 모두가 검찰개혁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만큼 검찰의 문제는 심각했다.
대검 중부수 폐지는 대통령 공약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후 대검 중수부는 폐지되었다.
이처럼 대검 중수부 폐지는 현 정부의 중요한 치적 중의 하나이고 공약이행사항 중의 하나이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 이행율이 이상하리만큼 낮은 것을 생각하면 중요한 성과라고 스스로 자랑할 만하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대검 중수부 폐지는 검찰 개혁과 관련해서는 유일한 공약 이행이다.
상설특검제는 종이호랑이에 그쳤고 특별감찰관제 역시 전혀 기능을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 유일한 검찰개혁 성과마저 뒤집고
다시 대검 중수부를 부활하려고 하고 있다.
대검 중수부의 부활 이유도 불분명하다. 공약이 잘못된 것인지, 검찰이 왜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지에 대한 반성이나 설명이 없다.
현재와 같은 체제로는 수사를 하지 못하고 다른 방식으로는 할 수 있다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수사를 하는 검사의 수준은 같기 때문이다.
대검 중수부가 부활한다고 하더라도 여기에 근무할 검사는 지금의 부패수사담당 검사일 것이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수사의 수준은 바뀔 수 없다.
대검-청와대 교감…박 정권 ‘과거행’ 회귀 막으려면 중수부 부활 막아야
이번 대검 중수부 부활은 대통령 공약의 명시적인 파기이며 검찰개혁 공약의 고의 침몰이다.
그것도 일단 이행했다가 아무런 설명 없이 파기하는 것이다. 공약 미이행 정도가 아니라 이행한 공약을 아예 파탄내려는 것이다.
대검이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면 대통령 비서실이 나서서 말려야 한다. 대통령 비서실은 대통령 공약이행을 가장 중요한 활동으로
생각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 비서실의 움직임은 없다. 나아가 대통령 비서실의 반대 움직임을 기대할 수도 없다.
대통령 비서진 중 이 문제의 담당자는 우병우 민정수석이다. 그는 대검 중수부 출신이며 고 노무현 대통령의 사건 주임검사였다.
이번 대검 중수부 부활이 대검과 청와대의 긴밀한 교감 속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추정을 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이번 대검 중수부의 부활 역시 과거행 열차표다. ‘정치검찰의 부활’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이미 검찰은 정치화해 있기 때문이다.
‘정치검찰의 제도적 보장’이라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정치검찰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서 얻으려고 하는 것은 현 집권세력의 계속 집권이다.
공약도 무시하면서까지 돌아가려는 과거의 실체가 조금씩 보이는 지금, 박근혜 정부의 과거행 열차를 조금이라도 늦추려면
대검 중수부의 부활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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