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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효성 비자금 단서 잡고도 덮은 검찰?

by 서랑 (瑞郞) 2010. 8. 11.

효성 비자금 단서 잡고도 덮은 검찰?
(시사인 / 정희상 / 2010-08-06)


대통령 사돈인 효성그룹 오너 일가의 횡령과 군납 사기 혐의 등은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군납 비리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은 수사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이명박 대통령 사돈 기업인으로 전경련 회장을 맡아온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 일가에게 7월16일은 사연이 많은 하루였다. 조 회장의 두 아들이 횡령과 외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이날 기소됐다. 또 조 회장의 동서인 주관엽씨가 실소유주인 방위산업체 로우테크놀로지(로우테크)가 국가를 상대로 저지른 사기 범죄 혐의가 재판 끝에 모두 사실로 밝혀져 관련자들이 유죄판결을 받은 날이기도 하다.   


 

   
ⓒ연합뉴스

7월16일 회사 자금 550만 달러를 횡령해 미국에 호화 저택 여섯 채를 구입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현준 효성 사장

 

이날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1년여를 끌어온 조석래 회장의 두 아들, 즉 장남 조현준 효성 사장과 삼남 조현상 효성 전무의 횡령사건 등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두 사람을 불구속 기소했다. 조현준 사장은 회사 자금 550만 달러(약 64억원)를 횡령한 뒤 이 돈으로 2002년부터 2005년 말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에 고급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조 사장의 동생인 조현상 효성 전무는 미국 하와이에 262만 달러 상당의 고급 콘도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달러를 불법으로 빼돌려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효성 측에서는 조현준 사장이 회사 돈을 빌려 주택을 구입한 뒤 나중에 갚았다고 주장하지만, 검찰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회사 돈을 빼내간 행위 자체만으로도 횡령 혐의가 충분하다’고 본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이 사퇴한 진짜 이유는?

같은 날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은 조석래 회장 동서 주관엽씨가 대리인을 두고 운영하던 방위산업체 로우테크가 국가를 속이고 약 2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군납 비리 사건에 대해 ‘악질적 범죄’로 규정하고 유죄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군납업체의 이런 비리는 최종적으로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지는 중대한 범죄이고, 그 편취 금액이 매우 크며, 범행이 장기간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이뤄져 비난 가능성이 크다”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주범 주관엽씨가 지난해 미국으로 도피한 상태여서 이날 재판에서는 주씨와 공범 관계인 대리인들만 2년6개월부터 3년에 이르는 징역형을 선고받았을 뿐이다.

두 사건의 판결과 수사 발표가 같은 날 이뤄진 데다, 마침 열흘 전인 7월6일 조석래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전격 사퇴한 사실과 연결지어 모종의 정치적 거래가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효성에서는 조 회장이 지병 치료 때문에 불가피하게 전경련 회장직을 내놓았을 뿐이라고 해명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이를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는 효성 오너 일가의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 ‘대통령 사돈기업이라고 끝까지 봐주기냐’ 하는 비판 여론에 밀려 검찰이 일단 단죄하는 모양새는 취했지만, 실상은 조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물러나는 선에서 솜방망이 처벌로 타협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시각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검찰의 두 사건 처리 과정을 보면 조 회장 일가의 비리 혐의에서 그동안 핵심적으로 지적돼온 ‘비자금’ 문제는 철저히 비켜갔다. 몸통은 비켜간 채 도마뱀 꼬리 자르기식 수사에 그쳤다는 비판도 그래서 나온다. 우선 두 아들의 횡령과 외환관리법 위반 수사에서 검찰은 효성 본사에 대한 수사는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 검찰은 조현준 사장이 횡령했다는 550만 달러는 효성의 미국 현지 법인인 효성아메리카로부터 가져간 것이라고 밝혔다. 효성 조현준 사장이 본사와 아버지인 회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미국 지사에서 수백만 달러를 ‘빌려’ 호화 별장을 구입했다는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준 셈이다.

   
ⓒ연합뉴스
조현준 효성 사장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에 구입한 450만 달러짜리 저택.

효성아메리카는 조현준 사장의 이모부인 주관엽씨의 국내 방위사업체 로우테크에 대부분의 수입 부품을 납품한 회사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효성 오너 일가의 비자금 출처에 대한 심도 있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이 부분은 아예 손도 대지 않았다.

얽히고설킨 효성 오너 일가의 방산 비리


로우테크의 방위사업 비리와 이를 통한 효성 오너 친·인척의 비자금 조성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는 대구지검 김천지청이 맡았다. 지난 1년여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국가를 상대로 한 효성 오너 일가의 사기 행각과 불법행위 증거를 샅샅이 파헤쳐 기소했다. 그리고 재판 과정을 통해 검찰이 기소한 로우테크의 범죄 행위는 대부분 사실로 판명돼 유죄판결이 나왔다.

로우테크는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 막내 동서인 주관엽씨가 실소유주 행세를 해온 업체로 이 회사 임직원들은 주씨의 주도 아래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육군과 방위사업청에 각각 납품한 대대급 마일즈 장비와 개량형 야간표적지시기 부품 값을 터무니없이 부풀렸다. 이로 인해 국민 세금에서 챙겨간 부당이득금은 203억원(마일즈 장비 106억원, 야간표적지시기 97억원)에 달했다.

로우테크의 군납품 비리의 핵심은 모두 주관엽씨가 개입된 효성그룹 미국 현지법인인 효성아메리카와 국내 위장 업체들 사이의 거래를 통해 이뤄졌다. 효성아메리카 로스앤젤레스 지사가 자리한 컬럼비아 거리 910번지에는 로우테크 실소유주인 주관엽씨의 납품회사 ‘세로닉스 마이크로웨이브’와 조석래 회장의 처제 송진주씨의 회사 ‘ZN테크놀러지’가 한 건물에 들어서 있다. 재미동포인 송진주씨는 자신과 상관없는 방위사업 분야 국내 특허에 이름을 올렸을 뿐 아니라 제이송연구소를 세워 로우테크의 방산사업 비리의 한 축을 담당했다. 최근에는 조석래 회장이 처제인 송진주씨가 가진 반도체 부품업체 갤럭시아포토닉스의 지분 전량(5%)을 45억원에 인수했을 정도로 효성 오너 일가와는 지금도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로우테크의 주관엽씨는 처음부터 국가를 속이고 막대한 국방비를 타내기 위해 군이 요구하는 국산화 비율을 허위로 기재하는 방법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즉 실제는 군납 장비의 핵심 부품과 기술을 보유하지도 않았으면서 마치 그런 기술을 자체 연구개발로 확보한 것처럼 국산화 이행 계획 및 사업 제안서를 허위로 써내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어 로우테크는 군에 마일즈 장비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장비를 직접 생산하거나 직수입하는 대신 위장 업체들을 만들어 마치 단계별 재하청을 거친 것처럼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납품 단가를 엄청나게 부풀렸다.

   
ⓒ뉴시스
최근 지병을 이유로 사임한 조석래 전경련 회장.

납품 단가 부풀리기 수법은 크게 두 단계를 거쳤다. 우선 조현준 효성 사장이 관리한 효성아메리카를 매개로 주관엽씨와 송진주씨가 각각 미국 내에 세로닉스 마이크로웨이브와 ZN테크놀러지를 세워 효성아메리카에 납품하는 것처럼 거래했다. 두 회사의 주소지는 효성아메리카 로스앤젤레스 지사와 같은 건물이다. 이 과정을 거쳐 국내에 들어온 수입 부품은 주씨의 부인인 송진주씨의 서울 투자회사인 제이송연구소라는 업체를 거치는 것처럼 위장했다. 또 주관엽씨가 마치 가공업체인 것처럼 위장 분사해 세운 3개 회사도 납품단가 부풀리기에 동원됐다. 3개 위장 분사 업체는 남산전자·ELC·3A테크 등이다.

로우테크로부터 납품 의뢰를 받은 것처럼 가장한 이들 유령 분사 회사는 가격을 부풀려 조석래 회장의 막내 처제가 투자한 제이송연구소라는 곳에 다시 발주했다. 제이송연구소는 이어서 주관엽씨의 친구 신 아무개씨 부부가 만든 위장 무역회사 영진전자에 납품을 의뢰했다. 영진전자는 조현준 사장이 책임자로 있던 효성아메리카 현지법인에 부품 수입을 의뢰했다.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짜고 치는 고스톱’식 납품 방식을 통해 주씨는 개당 20만원대인 부품값을 80만원대로 올려 무려 4배 가까운 폭리를 취했다. 판결을 통해 밝혀진 마일즈 장비 납품에 따른 부당 이득금은 106억원이었다.

로우테크가 방위사업청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별도로 97억원대 폭리를 취한 개량형 야간표적지시기 사업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로우테크는 방위산업 물자인 야간표적지시기 핵심 부품인 광원과 렌즈 등을 전량 미국에서 수입한 뒤 국내에서는 조립만 해 납품할 계획이었음에도 국산화율이 96%에 이르는 업체 자체개발 제품을 납품하는 것처럼 방위사업청을 속여 사업을 따냈다.

2007년부터 로우테크의 군납 비리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와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주씨 일당은 위장 업체의 명칭만 변경한 뒤 역시 단계별로 허위 세금계산서를 마구 발행해 폭리를 취하는 행태를 계속해나갔다. 이때는 국내 위장 분사 업체인 남산전자를 두윈테크로 상호만 변경해 이용했다. 또 효성아메리카가 효성그룹 오너 일가 비자금 창구로 지목되자 수입 창구를 유니콘이라는 회사로 바꿨다. 하지만 유니콘은 주관엽씨의 고교 친구가 대표로 있는 미국수지침학회에 주소지를 두고 있어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었고, 그 정점에는 주씨가 항상 자리하고 있었다.

헬스클럽에 숨겨둔 ‘주관엽 비자금’ USB


한마디로 로우테크의 방위사업 비리는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 일가 친척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비자금 조성 루트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주씨 등이 국가를 기망하고 폭리를 취한 돈의 전달 과정은 납품의 역순을 거쳐 로우테크→3개 분사 업체→제이송연구소→영진전자→효성아메리카 순서로 들어갔다. 

   
ⓒ시사IN 포토
로우테크가 납품단가를 부풀려 폭리를 취하는 수단으로 삼은 허위 세금계산서

하지만 검찰은 끝내 군납 비리를 통한 주관엽씨의 비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에 대해서는 손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수사를 맡은 김천지청 측은 “비자금은 원래 고발 대상이 아니었고, 국가 상대 사기사건만 고발돼서 수사를 거기에 집중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판결문에는 로우테크의 방위사업 비리를 통한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의미심장한 대목이 담겨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 신??는 2007년 8월24일경 비자금 관리를 위한 장부를 USB에 저장해 집 근처 헬스클럽에 숨기고 있다가 경찰 조사 시 제출했다”라고 적시했다. 주관엽씨의 친구로서 공범으로 기소된 신씨는 국내 비자금 담당이었다. 그는 로우테크·영진전자·제이송연구소와 분사 업체들의 통장을 관리하면서 마련한 방위사업 납품대금을 주관엽의 차명계좌로 옮겨주거나 주씨 부부 등 효성그룹 오너 친·인척의 병원비, 골프비용 등 개인적 용도로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훈련 중 로우테크가 납품한 마일즈 장비를 들여다보는 병사.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입수한 주관엽씨와 국내 대리인 신씨 사이에 오간 이메일에도 ‘비자금’과 관련한 은밀한 대화가 나온다. 2005년 6월16일자로 보낸 이메일에서 신씨는 “모든 자금 이동은 로우나 제이송연구소 등 각 회사 공식 장부에 표시되고 별도로 비자금만 관리하는 장부를 만드는 것이다. 주 박사가 비자금만 별도로 관리한 장부를 정리해달라고 하면 그것은 어차피 이 사업이 주 박사 사업이니 말이 되지…”라고 적었다.

주관엽씨를 안 잡나, 못 잡나

결국 세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효성 오너 일가의 핵심 인물 주관엽씨를 체포하지 않는 상태에서 몇몇 국내 관련자를 처벌하는 데 그친다면 이 사건 수사는 꼬리자르기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검찰은 지난해 말 주관엽씨에 대해 미국에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해둔 상태이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는 미국에서 활보하며 한국 방사청을 상대로 한 납품 사업을 계속 벌이고 있다. ‘안 잡는지 못 잡는지’ 헷갈릴 정도로 수사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효성 조현준 사장이 운영하는 로스앤젤레스의 효성아메리카(위)는 주관엽씨의 ‘방산 비리 창구’였다.

주관엽씨가 실소유주인 로우테크는 국가와 국민을 상대로 이 같은 엄청난 불법 사기 행각을 벌이고도 방위사업 신규 수주에 나서는 등 활발한 방위사업을 벌이고 있다. 최근 이 회사는 삼성SDS와 컨소시엄을 맺고 방위사업청이 발주하는 여단급 과학화훈련사업 입찰에 뛰어든 것으로 확인되었다. 방사청 측에서는 이와 관련해 “현행 법률상 재판 중이라는 사유로 입찰 참여를 배제하지는 않는다”라는 말로 로우테크의 신규 방위사업 추진 사실을 시인했다(오른쪽 딸린 기사 참조). 주씨와 로우테크의 ‘두둑한 배짱’이 어디서 나오는지 배후가 궁금하다.

출처: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8075


정희상 기자 / 시사인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90390

출처 : 이슈 & 기사 스크랩 ( `08년 4월 ~ )
글쓴이 : patience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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