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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념촬영 후 이동하는 남북정상 3일 오전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2007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기념촬영을 한 후 자리를 옮기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
ⓒ 사진공동취재단 |
선거만 다가오면 도지는 병이 또 도졌다. 바로 새누리당과 일부 보수언론의 '북풍'과 '색깔론'이다.
새누리당의 정문헌 의원은 단독회담과 녹취록까지 들먹이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에게 "서해북방한계선(NLL)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는 물론이고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에게도 '입장이 뭐냐'고 다그치고 있다.
'죽은'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악용해 야권 후보들을 잡겠다는 치졸하고도 몰상식한 선거 공작이 아닐 수 없다.
단독회담과 녹취록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자, 정문헌 의원은 "중요한 것은 내용"이라며 말을 바꿨다.
'어디엔가 내가 주장한 내용이 있으면 된 거 아니냐'는 적반하장의 태도가 아닐 수 없다.
1급 기밀에 해당되는 정상회담 대화록에 NLL 내용이 담겨 있는지, 있다면 어떤 내용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자리에서 아래와 같이 공개적으로 말했다.
"휴전선은 쌍방이 합의한 선이지만 NLL은 우리 해군이 더 이상 북상을 하지 못하도록 한 작전 금지선에 불과했다.
오늘에 와서 이것을 영토선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다."
그러자 당시 한나라당과 보수 언론은 '영토 주권을 포기한 발언'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한 것을 두고 이념 공세의 소재로 삼은 것이다.
물론 이는 2007년 대선을 앞둔 정략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2012년 대선이 다가오면서 더 치졸한 형태로 재생되고 있다.
1970년대 미국 정부 "NLL 영토선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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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평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옹진반도 연평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옹진반도. 사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땅은 연평도의 일부이며 그 건너편에 보이는 땅이 북한 옹진반도. 또한 그 사이에 떠 있는 두 개의 섬도 북한땅이다. 즉 그 두개의 섬과 연평도 사이의 그 좁은 바다에 NLL이 존재한다. | |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주장은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주장이 사실에 기초하지 않고 허구에 의존해 상대방을 공격할 경우 그것인 폭력이 되고 합리적인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한다.
NLL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우선 'NLL이 영토선이 아니다'는 것은 이 선을 그은 당사자인 미국의 비밀 해제 문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NLL의 근원은 정전협정 체결 한달 후인 1953년 8월 당시 유엔사령관이었던 클라크가 일방적으로 선포한 데에 있다.
그런데 1973년 들어 북한 해군 함정의 NLL 인근 수역 출현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박정희 정권은 NLL의 실효성을 주장했고 이는 미국과의 마찰로 이어졌다.
주한미국 대사관이 미국 정부에게 보낸 1973년 12월 18일자 외교 전문에 따르면
미국 대사관은 한국 외교부에 서해 5도 인근 수역에 대한 한국의 접근권과 통제권을 지지하지만 NLL은 정전협정에 명시되지도 않았고
국제법적으로도 불분명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 지역(NLL)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한국과 미국은 잘못된 행동을 한 것으로 다른 많은 나라들에게 비춰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했다.
주한미국대사관으로부터 전문을 받은 워싱턴은 5일 후 NLL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 및 지침을 주한미국대사관에 보냈다. 핵심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우리는 NLL을 '정전체제'에서 '존중된' 요소로써 유효성을 부여하려는 한국 외교부의 입장에 유보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우리는 북한에게 NLL을 공식적으로 설명했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북한이 수용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은 선을 북한에게 부과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극도로 취약한 입장에 있게 될 것이다.
북한에게 NLL을 부과하려는 시도에 우리가 동참할 것이라고 한국 정부가 가정한다면 잘못된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의 입장은 오로지 NLL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은 정전협정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점을 한국 정부는 이해해야 할 것"라고 강조했다.
헨리 키신저 "NLL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불포함"
NLL에 대한 더욱 충격적인(?) 성격 규정은 헨리 키신저가 미 국무장관 시절인 1975년 2월 28일 작성한 외교 전문에 나와 있다.
주한미국대사관과 주한미군 사령부 및 유엔 사령부에 발송된 이 문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미국이 전부터 말해왔듯이, 북방정찰한계선(Northern Patrol Limit line)은 국제법적 지위를 갖고 있지 않다.
북방정찰한계선은 일방적으로 선포된 것으로 북한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더구나 그 선은 일방적으로 국제수역을 분리한 것이기 때문에, 명백히 국제법과 미국 정부의 해양법에 반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 내용은 북한이 주장해온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더구나 키신저는 '정찰(Patrol)'이라는 표현을 북방한계선 사이에 넣었는데,
이는 "NLL은 우리 해군이 더 이상 북상을 하지 못하도록 한 작전 금지선에 불과했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과 정확히 맥을 같이 한다.
더구나 키신저는 "한국 국방부가 영해라는 잘못된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미국 정부는 물론이고 유엔사령부도 이 사건(북한 함정의 NLL 월선)이 한국 영해나 한국의 배타적 어업수역에서 발생했다는 한국의 주장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가장 주목을 끄는 부분은 NLL 사수가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밝힌 것이다.
그는 "어떠한 경우에도 한국 국방부가 이 문제를 한국의 어업수역의 보호 문제로 다루는 것은
이 사안을 정당화하기 이미 어려운 처지에 있는 유엔사령부와 미국 정부의 입장을 더욱 악화시킨다"며,
"우리는 정전협정과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의거한 유엔사의 합법적인 기능, 혹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미국 정부의 합법적인 기능에
한국의 어업권 주장을 위한 무력 강제집행(armed enforcement)이 포함된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특히 미국이 정전 지역을 벗어난 국제 수역으로 간주하는 지역에서는 그러하다"고 강조했다.
키신저는 "주한미국대사관과 주한미군 및 유엔사령부는 이러한 점들을 한국 정부에 분명히 해둬야 한다"고 지침을 하달하면서,
"우리는 이 사건을 국제법과 미국의 기존 입장과 불일치하는 용어로 공개적으로 규정하고 정당화하는 것이 한국과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가 말한 "불일치하는 용어"란 영토선이나 해상분계선과 같은 표현을 일컫는다.
새누리당의 앞선 정권들의 경우에는?
남북기본합의서에는 현재의 관할 구역을 존중하되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민정당의 노태우 정부 때 합의한 내용이다.
"NLL은 우리가 어선의 월북을 막기 위해 임의로 설정한 한계선으로 북한에서 이를 넘어와도 정전협정과는 무관하다."
1996년 7월 16일 야당의 천용택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서해에서 북한 경비정이 5㎞나 넘어왔는데 국방부의 대응이 미흡한 경위가 무엇이냐"고 물은 것에 대한 이양호 국방방관의 답변이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의 김영삼 정부 때 있었던 일이다.
여전히 새누리당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박정희 정권은 NLL의 합법성을 미국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
노태우 정권도 NLL을 협의의 대상으로 남겨두었고, 김영삼 정권은 아예 "임의로 설정한 한계선"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이 NLL을 영토선이라고 주장하려면 이러한 자신의 과거부터 사죄해야 한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이미 고인이 된 노무현 대통령을 또 다시 욕되게 하고 대선을 또 다시 마녀사냥으로 몰고 가려고 한다.
가히 난치병 중에 난치병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이 난치병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은 국민들의 선택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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