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역대 정부에서 경기부양 요구가 나올 때마다 건설경기 부양이 만병통치약처럼 남용됐다.
그 결과가 끊임없는 부동산 투기의 연속이었고, 한국의 땅값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렸으며, 한국을 토건국가로 만들었다.
왜 건설 경기 부양이 정부 경제정책의 단골메뉴로 등장했을까?.
가장 직접적으로는 건설업의 특성상 전후방 산업연관효과, 고용창출효과가 커서 경기부양 효과가 가장 크고 빠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큰 비중 때문에 경기부양 효과는 매우 크다.
부가가치 기준으로 건설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현재 9%였다.
또 2005년 기준 국내총생산(GDP)대비 건설투자의 비중은 19%로서 이 숫자는 일본과 더불어 세계 최고수준이다.
그러니 건설업에 불을 붙이면 불기운이 좋고, 다른 산업에도 파급효과가 크다.
문제는 이런 좋은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며, 나중에는 큰 부작용을 낳으면서 끝나고 만다는 사실이다.
역대 정부 경기부양하려 위험천만 ‘부동산 띄우기’ 만병통치약으로 활용
국민의 정부에서 IMF 외환위기 이후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고 가급적 빨리 IMF의 경제적 신탁통치를 벗어나
조기 퇴원을 목표를 세웠는데, 오히려 그게 화근이 됐다. 환자가 이왕 입원한 김에 좀 더 참을성 있게 병의 근본적 치료에 힘썼더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국민의 정부는 그런 참을성을 갖지 못했다.
국민의 정부가 경기회복 수단으로 채택한 벤처, 카드 이외 또 하나의 수단이 역대 정부의 단골 메뉴인 부동산 경기부양이었다.
국민의 정부에서 추진한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완화가 한 동안 잠잠해졌던 부동산투기를 부활시키는 큰 재앙을 초래하고 말았다.
토지 문제를 오래 연구한 토지정의시민연대 대표 전강수 교수의 평가를 보자.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외환위기를 극복한다는 명분 하에..김대중 정부 때는 토지거래허가 구역 해제,
아파트 재당첨 금지 기간 단축 및 폐지, 토지공개념 제도 폐지, 분양가 자율화, 토지거래신고제 폐지, 분양권 전매제한 폐지,
무주택세대주 우선 분양 폐지, 신축 주택 구입시 양도세 면제, 취등록세 감면 등, 풀 수 있는 것은 다 풀고 쓸 수 있는 부양책은 다 썼다.
특히 토지공개념 제도를 폐지한 것은 큰 실책이었다.
이는 단지 법률 몇 가지를 폐기하는 정도의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부동산 정책의 근본 철학을 뒤집는 중대 문제였음에도,
김대중 정부는 별 생각 없이 폐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때의 전방위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과 함께 1990년대 내내 지속되었던 부동산 가격 안정세는 종언을 고했고,
2001년경부터 또 다시 부동산 투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전강수, 2007, p. 382-383)
2003년 초 당시 인수위 경제2분과로부터 부동산 대책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이렇게까지 많이 풀었습니까?”라고
물었다고 이춘희 당시 건교부 차관(현 세종특별자치시장)은 회고했다(국정브리핑 특별기획팀, 2007, p. 35).
그렇다. 풀 수 있는 건 다 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한 결과로서 오래 동안 잠자고 있던 지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아뿔싸!
잠자는 사자를 깨우고 만 것이다.
국민의정부도 IMF환란 탈피위해 부동산 규제 풀 수 있는 것 다 풀어
김대중 정부가 총동원하다시피 한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의 효과는 오래지 않아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2년에는 한 해 동안 지가가 8.9% 상승하는 일대 사건이 발생했다.
참여정부 들어와 부동산정책을 잘못해서 땅값, 아파트값이 폭등한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대단히 많지만,
사실 그 원인은 몇 년 전에 이미 잉태되고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2002년의 지가 상승률이 참여정부 어느 해보다 높은 지가 상승률이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참여정부가 출범했을 때 이미 부동산투기라는 이름의 산불은 맹렬한 기세로 번지고 있었다.
참여정부가 전력을 다해서, 그리고 역대 정부에 비해서는 비교적 일관성 있게 부동산투기 해소에 힘썼음에도 불구하고
산불을 완전히 잡는 데는 몇 년이 걸렸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폭등의 책임을 지고 욕을 먹은 것은 참여정부였다.
여기서 꼭 누구의 책임을 묻자거나 억울함을 하소연하려는 게 아니다.
참여정부는 이미 욕을 많이 먹었는데, 좀 더 먹으면 어떻고 좀 덜 먹으면 어떻겠는가.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과거의 역사에서 배울 점은 배우고 그리하여 앞으로 올 정부에서는 제발 실수 없이 정책을 똑바로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정책의 요체는 ‘장기적 일관성’이다.
200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프레스콧(Edward C. Prescott)과 쉬들랜드(Finn Kydland)의 업적은 바로 이 점을 밝힌 데 있다.
어떤 정부가 우선 당장 비난을 감수하고 장기적 관점을 갖고 일관성 있게 정책을 운용한다면 그 성과는 먼 장래에 나타난다.
그러나 눈앞의 성과나 인기에 집착하여 정책의 일관성을 상실하면 그 정책은 실패하고 만다는 것이다.
[사진설명]김대중 정부 시절 IMF환란 극복을 위한 경기부양용 부동산 띄우기로 인해 투기열풍이 일면서 이미 집값이 크게 올랐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투기억제 정책으로 집값과 전세값이 하락하고 부동산시장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그
러나 임기말 서울 강남 아파트 투기바람 탓에 다시 집값이 크게 높아졌고 임기말엔 다시 안정으로 돌아섰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부동산규제 완화정책으로 집값, 특히 전세값이 급등했다.(출처: <민주정부가 유능한 33가지 지표>,한국미래발전연구원 펴냄)
인기에 눈먼 정권,관료,언론의 ‘단기부양책’은 국가경제의 독
눈앞의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는 것은 말하기는 쉬워도 실행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우리나라는 지난 50년간 고도성장을 해왔기 때문에 우리 국민은 고도성장에 익숙해 있다.
따라서 짧은 기간의 불황, 실업도 좀처럼 참지 못하고 정부가 당장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
언론도 가만히 있지 않고 정부에 뭇매를 가해 기어코 경기부양 정책을 이끌어내고야 만다.
그러니 정책 당국도 여간 배짱이 없이는 이런 국민의 요구, 언론의 압력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다.
이런 구조 속에서는 대통령인들 견디기 어려워 단기적 관점을 갖기 쉽고, 대통령이 단기주의에 빠지면 자연히 장관에게 당장
가시적 성과를 독촉하게 된다.
장관이 초조한 마음에서 바로 눈앞의 성과를 요구하면 공무원들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는 비장의 무기를 준비한다.
그래서 인위적 경기부양 정책이 상투적으로 생산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관료사회의 이런 구조가 근본적 문제다.
인위적 경기부양책은 눈앞에는 성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장관이 대통령한테 칭찬 듣고 장관 자리를 오래 지키는 비결이 될는지는 모르나
시간이 지나고 보면 거꾸로 국민경제의 장기적 건강을 해친 경우가 많다. 환자에게 모르핀 주사를 놓은 것과 비슷하다.
이런 단기주의야말로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을 떨어뜨리고 장기적 성장잠재력을 저해한 주범이라고 지탄받아 마땅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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