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5억원 들이고 완공 앞둬
애초 교통분산 효과 사라지고
학군 변화로 이동인구도 줄어
"랜드마크와 '디자인 서울' 표방
전 지자체장 전시행정 탓" 비판
주민들 "문화다리로" 제안 무산
1000억짜리 저 다리를 어찌할꼬?
서울 중랑구가 올해 완공되는 거대한 다리 때문에 몇년 째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자체장의 욕심으로 예산 낭비성 다리가 들어섰다는 주민들이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고,
새 다리가 교통 수요를 해결하는 효과도 적다는 지적으로 몇년 째 논란이 지속중이다.
결국 주민들이 나서 다리를 제대로 쓰는 방안을 직접 고민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볼거리인 '랜드마크'를 추진하면서 벌어진 황당한 풍경이다.
"랜드마크가 필요해" 갑자기 등장한 다리
문제의 다리는 중랑천에 놓인 겸재교(가칭).
중랑교와 장안교 사이에서 중랑구 면목동과 동대문구 휘경동을 이어주는 길이 393m 4차선 2층다리로 위쪽은 차도, 아래쪽은 인도다.
중랑구의 요청으로 서울시가 건립 계획을 세워 2008년 공사에 착수, 6년 만인 올 하반기 개통할 예정이다.
애초 서울시에서는 동대문 장안삼거리~중랑구 사가정역을 잇는 왕복 6차로인 사가정길 확장 공사와
중랑구 면목동~구리시를 잇는 용마터널 공사가 완료되면 늘어날 교통수요를 충족하고 중랑천을 건너기 위해
중랑교나 장안교로 돌아가야 하는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한다는 목적으로 교량건설을 추진했다.
중랑천 다리들이 콘크리트 거더교 일색이어서 볼거리가 없는 점을 감안해 모양이 아름다운 특수교량인 엑스트라도즈교로 했다는 설명이다.
엑스트라도즈교는 거더교와 사장교를 절충한 형식으로,
탑에 연결한 케이블로 상판 무게의 지탱하는데 일반 콘크리트 다리보다 교각 사이를 벌일 수 있어
콘크리트 다리면서 사장교의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겸한다.
하지만 공사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실제 겸재교에 들어간 비용은 1135억원이다.
호화청사로 지탄받은 서울 용산구청사(1248억원)이나 금천구청사(1180억원)과 거의 비슷한 금액이 들어갔다.
주민들은 이 다리가 동대문구민과 중랑구민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입안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과 문병권 중랑구청장의 '전시 행정'으로 시작되었다고 비판한다.
용마터널이 개통되어도 겸재교의 실제 교통량 수요 시점은 2017년 2개 차선, 2030년에야 4개 차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도심으로 통하는 동대문구쪽 배봉산 터널 계획이 휘경여중에 가로막혀 무산되면서
서울시가 예상하는 교통분산 효과가 현저하게 떨어졌고,
학군 변화에 따라 중랑천을 건너 동대문구로 통학하는 중랑구 학생들이 없어진 현실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화다리로 만들자" 주민들의 제안은 결국 무산
중랑구 주민들은 대책위를 만들어 겸재교의 인도 부분을 '문화다리'로 만들어
동대문구와 중랑구가 소통하는 풍물 거리로 가꾸자고 다리의 용도 변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공청회를 열어 사람들만 다니는 다리, 도서관과 공원시설을 갖춘 다리로 바꿔달라는 주민들의 의견을 모았다.
직접적으로는 다리와 인접한 도로를 잇는 고가도로가 길가에 있는 상가와 주택들은 소음과 일조권 피해는 물론 생업에도 지장이 발생한다며
고가도로 규모를 축소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런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주민들이 연결 고가도로가 그늘을 만드는 등 피해를 준다고 지적한 부분들에 대해
연결 고가도로 규모를 줄이기로 서울시와 절충됐다.
중랑구 주민대책위 강명신(48) 공동대표는 "주민들은 겸재교를 보행용 다리로 바꾸기를 원했지만 서울시와의 오랜 줄다리기에 지쳐
절충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다리에 문화시설을 만들어달라고 할 만큼 중랑구가 문화적으로 낙후하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공디자인 전문가 송주철 송주철공공디자인연구소 소장은
"오세훈 시장 때 서울시 환경미화에 치중하는 '디자인 서울' 정책을 펼치면서
서울시 새청사, 동대문 플라자, 세빛둥둥섬 등 실제 용도보다 볼거리용 랜드마크를 양산했다"면서
"겸재교의 경우 애초 타당성 검토 때 주민들이 참여하지 못한 점, 공사중에 능동적으로 설계를 변경하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시장이 직접 나서서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수용하려 한 측면에서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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