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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정국’ 덮으려 재야운동 진영을 ‘자살방조 배후’로 몰아...

by 서랑 (瑞郞) 2015. 5. 15.

ㆍ91년 국과수 필적 감정 조작… 재심 개시 결정적 사유

ㆍ‘무죄 판결’ 이끈 핵심 증거도 뒤바뀐 필적 감정 결과


강기훈씨 유서대필 조작사건은 1991년 강경대씨 치사 사건으로 수세에 몰렸던 노태우 정권이 국면을 전환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정권은 이 사건을 혁명을 위해 친구의 자살을 방조한 패륜적 운동권의 상징으로 포장했다. 
당시에도 자살한 김기설씨의 유서와 강씨의 필적이 다르고, 강압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그를 기소했다. 
재판에 엉터리 필적감정 결과가 제출됐지만 법원은 유죄를 선고했다. 그리고 24년이 흐른 뒤 법원은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했다.

“담당 판검사 사과하라” ‘강기훈 쾌유와 명예회복을 위한 시민모임’ 회원들이 14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재심 무죄 판결을 환영하며 이 사건을 담당했던 판검사들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 ‘분신정국’ 덮기 위해 사건조작

1991년 4월26일 명지대 신입생 강경대씨가 시위 도중 경찰의 쇠파이프에 맞아 사망했다. 국민적 공분이 일기 시작했다. 

전남대 박승희씨 등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분신이 이어졌다. 

5월5일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는 한 술자리에서 다른 회원들에게 ‘5월8일에 자살하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5월8일 오전 6시30분쯤 여자친구 홍모씨에게 전화를 걸어 “열심히 살아라. 사랑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8시7분쯤 서강대 본관 5층 옥상에서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인 뒤 건물 아래로 뛰어내렸다. 

숨진 김씨의 양복 상의에서 유서 2장이 나왔다. 검찰은 같은 달 29일 김씨의 유서를 강씨가 대신 쓴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민련 등 재야 운동 진영은 동료의 자살마저 부추기는 ‘부도덕한 죽음의 배후’로 몰렸다.

■ 뒤바뀐 필적감정 결과

강씨가 유죄 판결을 받을 때도,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될 때도 필적감정 결과가 결정적이었다. 

1991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김씨 유서의 필적이 강씨와 같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2007년 진실화해위가 실시한 필적감정 결과는 정반대였다. 

김씨의 친구 한모씨가 제출한 김씨의 노트와 낙서장 등을 감정했더니 김씨 유서와 필적이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1991년의 필적감정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도 드러났다. 

처음 유서를 감정했던 국과수 소속 김모씨는 진실화해위 조사에서 과거 자신이 한 감정 결과를 일부 번복했다. 

김씨가 혼자 감정해놓고 감정인 4명이 공동심의 했다고 거짓말 한 사실도 드러났다. 

2013년 재심 재판부도 국과수에 필적 감정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이번에도 유서의 필적이 김씨가 쓴 게 맞다는 취지의 결과를 내놨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5142219115&code=940301&nv=st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