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명 교수 인터뷰 ①] '기금 고갈'은 공포 마케팅
강양구 기자, 김윤나영 기자2015.05.15
일당백.
최근 몇 주간 김연명 중앙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의 모습은 이 말에 딱 들어맞습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청와대 대변인 등 권력자들이 한마디 하면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당은 물론이고 언론도 김연명 교수의 입만
이런 상황이 정작 본인에게는 반가울 리 없습니다. 1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김연명 교수는 안쓰러울 정도로 지쳐보였습니다.
"다들 내 입만 쳐다보고 있는데 작은 실수라도 하면 안 되잖아요?" 정부 논리를 분석하고 반박 자료를 만드느라 밤을 새는 일이 다반사라는
하소연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김연명 교수는 다시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기금 고갈" "세금 폭탄" 등의 프레임으로 국민 연금에 대한 시민의 불신을 조장하는 세태에 대한 반론이 조목조목 이어졌습니다.
<프레시안>은 '대한민국 복지의 미래를 둘러싼 이번 논쟁에서 절대로 질 수 없다'는 절박함이 절절히 녹아 있는 김 교수의 목소리를
세 번에 걸쳐서 기사로 전합니다.
'뜨거운 열정'과 '차가운 이성'이 빚어낸 그의 목소리를 지금 들어보십시오. 이 인터뷰는 강양구 편집부국장이 진행하고, 김윤나영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 공무원 연금 개혁 실무 기구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했던 김연명 중앙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과). ⓒ프레시안(손문상)
사적 연금, 7년 뒤 해약할 확률 66.8%…마이너스 수익
프레시안 : 국민 연금을 둘러싼 시민의 불신이 큽니다. '노후는 내가 알아서 보장하면 되는데,
김연명 : 국민 연금은 그 어떤 개인 연금(사적 연금)이나 은행 적금보다 확실한 노후 소득 대책이에요.
초기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 70%를 적용받았던 어르신들의 실질 이자율이 무려 29.8%였어요. 거의 사채 이자 수준이었죠.
반면에 개인 연금 실질 이자율은 투자 수익률에 결정되는데요. 수익을 잘 내도 실질 이자율이 평균 1%가 안 됩니다. 심지어 마이너스
프레시안 : 6.5%와 1% 미만이면 차이가 크네요. 그렇더라도 개인 연금은 운용 실적이 좋으면 수익률이 올라가는 것 아닌가요?
김연명 : 그렇게 착각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설사 개인 연금이 수익률을 잘 냈다고 하더라도 가입자에게 그 이익이 돌아가지 않을 수도
보험 상품에 가입한 경험을 떠올려 보세요. 주변에 10년 넘게 유지한 사람이 많나요?
실제로 1994년에 개인 연금이 처음 판매됐을 당시 개인 연금에 400만 명 이상이 가입했는데, 7년 뒤 유지율이 고작 33.2%였어요.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 : 젊은 사람이 노후에 대비해 개인 연금을 30년씩 붓기가 쉽지 않으니, 국가가 강제로 가입시켜 노후 대비를 시켜주는 셈이네요.
김연명 : 그렇죠. 그런데 더 결정적인 차이는 개인 연금과는 달리, 국민 연금 수급액이 물가에 연동해 오른다는 점이에요.
똑같은 100만 원을 주기로 한 국민 연금과 개인 연금 상품이 있다고 해 봅시다.
이런 식으로 개인 연금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수십 년 뒤 실질 가치가 국민 연금의 30~40%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일례로 30년 전 자장면 한 그릇이 600원이었다. 지금은 자장면 한 그릇이 5000원가량 한다. 30년 새 물가가 몇 배 뛰었다.
프레시안 :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적 연금 수익이 반 토막이 나는 것이네요.
김연명 : 게다가 똑같은 100만 원을 받기 위해 내야 하는 보험료는 국민 연금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어요. 이처럼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연금 교과서를 보면 "사적 연금이 있는데, 왜 굳이 강제 연금인 국민 연금을 도입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와요.
교과서는 이렇게 답합니다. "사보험에는 인플레이션 대처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사보험의 가장 큰 약점은 첫째, 해약률이 높아서 실질 이자율이 마이너스인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둘째, 설사 완벽하게 운용사가 시장에서 투자 수익률을 높였다고 가정해도 인플레이션 대응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사보험과 공보험이 노후 소득 보장에서 차지하는 결정적인 차이죠.
독일은 7일치만 적립…'기금 고갈'은 공포 마케팅
프레시안 : 국민 연금이 뛰어난 노후 소득 보장 대책이라는 점은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국민 연금 수익률이 아무리 높을지라도, 국민 연금 기금이 언젠가 고갈되면 노후에 연금을
못 돌려받을 수도 있지 않나요?' 이른바 '기금 고갈' 공포죠.

ⓒ프레시안(손문상)
결론부터 말하자면, 설사 국민 연금 기금이 고갈되더라도 연금을 못 받는 일은 없습니다. 실제로 유럽 대부분 나라는 이미 기금이 고갈돼서
프레시안 : 일주일치면 사실상 적립을 안 해두는 셈인데요. 그래도 연금 지급에 문제가 없나요?
김연명 : 당연하죠. 연금 지급은 국가가 국민에게 한 약속입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 독일은 매달 젊은 세대에게
국민 연금 기금은 무조건 많이 쌓아야 한다고 오해를 하는데, 한국처럼 적립금을 많이 쌓고 있는 나라는 유례가 없어요.
프레시안 : 하지만 정부는 2060년에 기금이 고갈된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김연명 : 2060년 기금 고갈이요? 2060년까지 적립금을 다 쓰고 싶어도 못 써요. 기금 고갈 그래프는 이론적으로만 존재할 뿐, 실제로
정부는 그렇게 470조 원이나 쌓인 기금을 갑자기 고갈시킬 수가 없어요.
프레시안 : 기금 고갈이 이론상으로만 존재한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김연명 : 2060년 이렇게 딱 시점을 못 박아 놓고 쌓아놓은 국민연금 기금을 다 쓸 수 없어요. 불가능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국민연금 기금은 현금으로 금고에 쌓아두는 게 아니에요. 현금도 있지만, 대부분은 주식, 채권, 부동산 등으로 재투자된 자산입니다.
노인들에게 돈을 주려면 당연히 그런 자산을 현금으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죠.
그런데 그렇게 많은 돈을 갑작스럽게 현금으로 만드는 게 가능할까요? 좀 무리한 가정이지만 예를 들어 봅시다.
국민연금공단이 1조5000억 원을 주고 사서 최근에 팔아치운 영국 런던에 있는 HSBC 빌딩 본사를 그냥 보유하고 있다가 2060년 이전에
노인에게 연금을 주려고 그 빌딩을 팔려고 내놓았다고 합시다. 그게 팔리겠어요? 어느 바보가 그걸 바로 사겠어요. 조금만 더 기다리면
(현금이 필요하니까) 헐값에 급매로 나올 텐데요.
주식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 연금 적립금이 2040년께 GDP의 50%에 달하는데, 2060년에 그 기금을 고갈시키려면 1년에 GDP의 2.5%를
현금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 가운데 GDP 1% 정도의 금액이 주식 시장에 매물로 갑자기 풀린다고 가정해 보세요. 한국 주식 시장이
결딴나겠죠. 아니, 한국 경제가 파탄이 날 겁니다. 그러니 기금 고갈 시점을 2060년으로 못 박는 건 이론상으로나 가능한 얘기입니다.
그 시점에 고갈될 수도 없고, 고갈시킬 도리도 없습니다. 해결책은 적립금의 규모를 줄이거나 아니면 기금 고갈 시점을 훨씬 더 먼 시점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00년 뒤쯤으로 잡아서 천천히 현금으로 만들어서 쓰는 것입니다.

ⓒ프레시안(손문상)
"'공룡 국민 연금 기금' 연착륙시켜야"
프레시안 : 하지만 정부는 기금을 최대한 많이 쌓아서 미래 세대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고 합니다. 게다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김연명 : 오해가 있어요. 저는 국민 연금 기금을 소진시켜 (그해 보험료를 걷어서 그해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인) '부과 방식'으로 빨리
기금 소진 시점을 늘려서 오랜 시간에 걸쳐서 0원을 만들려면 앞으로 100년이 걸린다고 가정해 보세요. 뒤집어서 생각해 볼까요?
지금부터 100년 전, 우리나라는 어땠나요? 1915년에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였어요. 백성들이 전부 농사짓던 시절이에요.
따라서 지금은 '부과 방식'이냐 '적립 방식'이냐 하는 논의가 의미가 없어요. 쓸데없는 논란만 불러일으킬 뿐이에요. 우선 국민 연금 기금을
프레시안 : 기금을 천천히 소진시킨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연명 : 지금 우리나라 연금 제도가 부분 적립 방식입니다. 보험료를 조금 올려서 2060년 기금이 소진되기로 했던 것을 최소한 20~30년간
물론 기금을 GDP의 어느 규모로 쌓을지, 아니면 기금은 비상시를 대비해서 최소한만 보유하고 부과 방식으로 갈지 정해야죠.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6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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