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 통행제한 울분 쏟아져
'좁은문' 탓 시민 4천여명 추모행렬 1km 이어져
시민들이 스스로 차린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의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에는 24일 흰 꽃송이가 켜켜이 쌓이는 만큼 울분도 쌓여갔다. 경찰이 주변 도로와 인도 사이에 '차벽'을 두 겹으로 둘러치고 통행을 통제해 추모에 불편함이 커지자, 시민들은 "추모도 못하게 막느냐"며 강하게 분노를 표시했다.
경찰은 시민분향소가 설치된 대한문 앞은 물론 서울시청 광장, 청계광장 등에 모두 60여대의 경찰버스로 차벽을 만들어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대한문 앞의 인도와 차도 사이는 경찰버스 30여대로 이중으로 채워져 분향소는 바깥과 완전히 차단됐다. 시민들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버스 사잇길을 통해 분향소로 드나들었다. 임원식(28)씨는 "시청 근처에 분향소가 있다고 해 조의를 표하러 왔는데, 온통 차벽으로 둘러쳐져 있어 분향소 위치를 알 수 없었다"며 "이래서야 사람들이 추모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대한문 앞쪽의 서울광장도 경찰버스에 막혀 풀 한 포기 보이지 않았다.
[동영상] "전직 대통령의 마지막 길…왜 조문조차 못하게 하나"
경찰이 분향소 주변의 통행을 통제하면서 시민들의 추모 행렬은 시간이 갈수록 기형적으로 이어졌다. 이날 추모 행렬은 대한문 앞 분향소에서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광화문 쪽으로 150m쯤 가다가 경찰에 막혔다. 행렬은 다시 분향소 쪽으로 50m쯤 돌아서 시청역 지하도로 내려간 뒤 건너편 서울시청 쪽 4번 출구로 올라갔다. 시청 쪽에서도 꼬리가 이어져 전체 행렬의 길이만 1㎞가 넘었다. 저녁 7시께는 6500여명의 시민들이 분향소에서 정동극장 쪽 돌담길을 따라 1㎞ 남짓한 행렬을 별도로 만들었다. 추모객이 늘면서 이날 저녁부터는 5~6시간을 기다려야 조문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서울 신림동에서 분향소를 찾은 문아무개(51)씨는 "시청역을 빠져나와 조문 행렬의 끝을 찾는 데만 30분이나 걸렸다"며 "경찰이 조문 행렬까지 막는 게 참담하다"고 말했다. 조아무개(38)씨는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때는 시민들이 조문을 잘 할 수 있도록 경찰이 도왔지 이렇게 차벽을 쳤느냐"며 "이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지혜(25)씨는 "국화꽃 한 송이를 들고 조문하러 온 시민들을 다 '위험분자'로 보는 것이냐"며 "처음에 경찰버스의 차벽 때문에 슬픔이 공포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분노가 인다"고 말했다.
경찰청 누리집 '열린게시판'에는 지난 23일부터 '경찰은 누구를 위해 일하나', '제발 추모 행렬을 막지 마라', '전직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막지 마라' 등 경찰 행태를 비판하는 글이 수백건 올라왔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인 조문객이라면 조문 뒤에 집에 돌아가야 하는데 왜 계속 대한문 앞에 있는 거냐"며 "미신고된 집회를 하려고 사람들이 모이니까 막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대한문 근처에만 경찰 12개 중대 960명을 배치했으며, 서울 전역에는 104개 중대 8320명을 배치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시위로 번질 우려가 있다'는 자의적 추정을 근거로 시민들의 자유로운 문화제·추모제 등을 막는 것은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이것은 경찰 공권력이 합당한 판단과 근거, 그리고 시민 안전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음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김민경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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