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을 해온 최순실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면서, 사람들이 일제히 주목한 한 집단이 있다. 그것은 '검찰'이다.
최순실 사건은, 극우언론들, 새누리당 의원들, 심지어 일베까지도 하루 아침에 얼굴색을 바꾸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경천동지할 사건이었다.
집회를 진압하러 나선 경찰까지 "나라를 생각하고 걱정하는 여러분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부드러운 말투로 시민들을 대했건만,
대한민국의 검찰이라는 집단만은 그것이 자신들과 무슨 상관이라도 되느냐는 듯, 거드름을 피웠다.
<한겨레>, <JTBC> 등 언론의 대활약으로 세상이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게 될 때까지,
그들은 혐의를 받고 있는 그 어느 곳 하나 압수수색하지 않았고, 마침내 문제의 그녀 최순실이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피곤한' 피의자를 이해하여 풀어주는 놀라운 관용을 베풀며 국민을 우롱했다.
그런데 같은 날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의 중심에 서 있던 검찰 출신의 대통령 비서실장 우병우가 물러난 자리에 또 다른 검사 출신의
최재경이란 자가 내려오는 모습을 본다. 그는 이명박의 BBK를 무혐의로 처리했고, 노무현 측근에 대한 표적 수사를 주도했으며,
이명박의 사돈인 효성그룹의 비자금 사건에도 면죄부를 준 인물이다.
우린 일찍이 삼성이 아주 오래 전부터 검찰 집단에 정기적으로 떡값을 상납해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사실로 기소된 사람은 삼성도 떡검들도 아닌, 그 사실을 폭로한 노회찬 의원과 이상호 기자 뿐.
영화 <자백>은 검사들이 '국정원'과의 협력 하에 얼마나 많은 가짜 간첩들을 제조해 왔는지를 보여주었다.
위조된 서류를 바탕으로 기소했음이 밝혀져도, 그들은 부끄러워하거나 미안해하지 않았다.
이쯤되면, 우린 왜 검찰이라는 조직이 철저하게 진실을 가로막고, 정의의 날개를 부러뜨리는 이 시대 절망의 아이콘이 되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법에 따라 정의를 실현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 검사는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는 상명하복의 관계에 있지만,
직무상으로는 상사의 보조기관이 아니며, 각자 독립된 국가행정관청으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검찰 사무를 행할 권한을 가진다.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이라는, 한 나라의 국가정의를 세우기 위한, 절체절명의 순간, 상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압수수색을 감행하고, 국정원 직원을 체포한 검사가 있었다. 윤석렬. 그는 결국 좌천되어, 수사팀에서 배제되었고,
이후 검찰수사는 모든 것을 덮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정의를 실현하려는 의지에 돌아오는 건 권력에서 배제되는 응징뿐임을 목도하면서, 검사들은 상부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만이
검사의 룰임을 재확인한다. 그런데 룰 따르는 것은 동시에 국가정의를 위배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들은 국민을 배반하고, 약자를 짓밟고,
권력자와 자본가의 전횡을 도울 때만, 편안한 검사 생활을 할 수 있는 운명을 가졌다.
노예란 무엇인가. 자신의 의지로 존엄을 지킬 수 없으며, 타인의 뜻에 따라 움직여야만 하는 자들이다.
철저하게 권력과 자본의 채찍에 길들여진 노예들이 바로 이 땅의 검사들이다.
그렇게 처참하게 유린된 권리, 존엄을 어디에선가는 보상받아야겠기에 떡검이 되고 섹검이 되는 것이다.
두둑한 세속적 보상을 누릴지언정 그들은 노예다. 노예의 삶은 불의한 명령에 항거하지 않는, 운명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윤석렬 검사가 국민들의 지지와 환호를 받으며, 국정원을 수사하다가, 결국 전국민이 보는 앞에서 꺾여버리던 그 순간.
검사들 모두가 살고, 국민적 영웅이 되며, 더러운 노예의 운명을 벗어던질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집단 항명이다.
이대생들의 방식으로 말하자면, 윤석렬이라는 '벗', 한줌의 권력집단이 아니라 국민들과 법질서에 충성하기 위해 행동한 동료,
윤석렬을 지키기 위해 함께 집단 항명하였다면, 그들은 법의 정신을 구하고, 5천만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으며, 권력의 노예로부터
비로소 해방되었을 것이다.
<조선일보>가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흘리며, 그를 떨어뜨리려고 수작을 부릴 때, 다시 한 번 검사들은 엎드렸다.
채동욱 총장은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수사와 전두환 전 대통령이 토해내지 않은 수천 억 원의 추징금 징수를 위해 칼을 뽑은 상태였다.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칼을 뽑은 총장과 뜻을 같이하는 검사들이었다면, <조선일보>가 저지른 수많은 만행들을 기소하면서
역공을 펼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권력에 철저하게 길들여진 검사라는 이름의 노예들은 '연대'가 무엇인지 '항명'이 무엇인지,
아니 어쩌면 '사법정의'가 무엇인지조차 까맣게 모르는 듯, 높은 분들의 의중이 무엇인지만을 헤아리며 고개를 파묻었다.
그들은 살면서 한 번도 노조 활동을 해보거나, 타인과 연대하여 공동선을 실현하는 경험을 해보지 않은 자들일 가능성이 높다.
질서의 전복이 주는 기쁨을 누려봤을 가능성은 더더욱 없다. 우리의 학교 교육은 저항이나 연대의 미덕을 가르치지 않고,
노조가 있는 직장에서 생활해 본 경험을 가져 봤을 가능성이 적을 테니.
군대의 상명하복 원칙은 검찰을 작동시키는 유일한 룰이었을 것이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외쳤던 윤석렬처럼,
그들이 복종하는 대상이 법이고, 5천만 국민이 주인인 국가였다면, 그 복종의 정신 또한 존중해 줄만 하지만, 그들이 복종하는 대상은
오로지 권력을 쥔 한 줌의 무리일 뿐이다.
나는 우리나라 사법부가 왜 그토록 노조에 대해 악의적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상명하복의 질서 밖에 알지 못하는 그들의 머리로는,
노조라는 집단의 존재 자체가 불경스러우며, 그들의 모든 합법적인 활동을 기본적으로 불경한 하극상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3권이 헌법에 보장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법부는 기업주들이 파업기간 발생한 손실을 노조에 손해배상 청구하도록 허락한다.
이 나라 헌법은 그렇게 검사와 판사들에 의해 철저히 왜곡된다.
노조가 기업주에게 돈을 물어주면서 파업을 해야 하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대한민국뿐이다. [원글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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